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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칼날 위에 선 미술 ‘불편한 현실’

관리자


되돌아본 2017 국내 미술계

ㆍ‘미인도’ 진위 놓고 천경자 화백 측 송사 등 논란 이어져…이우환 화백의 위작 잡음도 주목

ㆍ조영남 대작 논란과 삼성리움미술관 개점휴업, 서울로 슈즈트리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미인도’를 둘러싼 논쟁은 올해도 미술계 최대 이슈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월부터 과천관에서 ‘미인도’를 전시 중이다. 고 천경자 화백 유족은 이 전시에 대해 미술관을 고소했다. 관람객들이 지난 17일 ‘미인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미인도’를 둘러싼 논쟁은 올해도 미술계 최대 이슈로 꼽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4월부터 과천관에서 ‘미인도’를 전시 중이다. 고 천경자 화백 유족은 이 전시에 대해 미술관을 고소했다. 관람객들이 지난 17일 ‘미인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미인도’가 놓인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3전시실이다. 미술관은 지난 4월 ‘소장품특별전 : 균열’전을 3·4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3전시실 끝 가장 넓은 공간엔 ‘미인도’ 한 점만 내걸었다. 나머지 공간에 든 건 사건 기록이다. 아카이브 공간에 가깝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인도’ 첫 공개부터 최근 법적 다툼까지 각종 기록물을 전시 중이다.


지난 17일 과천관을 찾았다. 강화유리 차단벽 안 ‘미인도’를 본 관람객 10여명에게 소감을 물었다. 대부분이 위작 사건은 잘 안다고 했다. 그림을 두고선 “잘 모르겠다”며 손사래 쳤다. 진위를 가릴 전문가도 아니고, ‘미인도’를 일부러 보러 미술관을 찾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관람객 한 명이 되물었다. “그런데 진짜예요? 가짜예요?” 기자가 답할 일도 아니었다.


한국 근현대미술 주요 작품 94점을 내놓은 ‘균열’전 취지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게 ‘미인도’다. 미술관은 진위를 두고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품 설명엔 ‘천경자의 미인도’가 아니라 ‘미인도’라고 적었다. ‘미인도’ 앞 난간은 그림을 보호하는 시설물이 아니라 과천관 계단 난간을 본뜬 김민애 작가의 설치작품 ‘상대적 상관관계 2’다. ‘진짜 난간’과 ‘가짜 난간’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려는 작품 배치다. 공간 한 면 벽엔 “저 그림, 목에다 칼을 대도 제 것 아닌 건 아니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고 천경자 화백의 1991년 인터뷰를 옮겨 적었다.


미술관은 “진위를 논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중립적인 시각에서 공공의 담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결정했다”고 했다. 논란 작품이 28년 만에 공개됐지만 담론은 없다. 진위에 관한 안목 감정이든 간단한 소감이든 공개 전시 이후 ‘미인도’ 자체를 두고 발언한 평론가는 찾기 힘들다. ‘비평·담론 부재’가 가장 잘 드러나는 사건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평론가는 “진위든 소감이든 법적 다툼 때문에 위축돼 말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미술계는 올해 이슈로 ‘미인도 위작 논쟁’을 비롯해 ‘이우환 화백의 위작 사건’ ‘조영남씨로 촉발된 작품 대작 관행 논란’ ‘삼성리움미술관의 파행’ ‘서울로 7017 슈즈트리와 무임노동’(왼쪽 사진부터) 등을 꼽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술계는 올해 이슈로 ‘미인도 위작 논쟁’을 비롯해 ‘이우환 화백의 위작 사건’ ‘조영남씨로 촉발된 작품 대작 관행 논란’ ‘삼성리움미술관의 파행’ ‘서울로 7017 슈즈트리와 무임노동’(왼쪽 사진부터) 등을 꼽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인도’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올해도 이어졌다. 유족은 검찰의 “미인도는 진품” 결정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 관련자 무혐의 처분을 두고 지난 1월 항고했지만 4월 서울고검에서 기각됐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62)가 검찰 결정을 두고 제기한 재정신청도 8월 법원에서 기각됐다. 11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유족 측은 편파수사를 주장하며 검사 처벌·징계를 요청하는 징계서를 제출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인도’ 공개 전시를 두고 형사고소했다. 정 전 실장 등 국립현대미술관 전·현 관계자에 대한 민사소송 제기 방침도 밝혔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미술계 인사들이 꼽은 올해 최대 이슈다. 김달진미술연구소는 미술평론가, 큐레이터 7명을 대상으로 이슈 3건씩 추천받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과 이우환 화백 위작 사건’이 가장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미술평론가 이선영씨는 대중매체의 과잉보도와 선정성을 지적한다. “많은 미술계 현안 중 천경자 화백 작품의 진위도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술과 관련해 대중에게 노출되는 기사가 10 정도가 있다면 미디어가 그 사건을 다루는 비중은 5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고 했다. 이씨는 “해외의 유명한 감정기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얽힌 복잡한 진위 논란은 작가가 진짜라고 하면 진짜인가라는 작품의 주체 문제도 야기했다”고 했다.


이우환 화백 위작 사건도 ‘작품의 주체 문제’를 불러온다. 이 사건도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법원은 지난 8월 위작을 만들어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된 화가 겸 갤러리 운영자 김모씨에게는 징역 7년, 가짜 그림을 그린 화가 박모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위작자와 유통자가 사기 및 사서명위조 혐의로 기소되었음에도 정작 피해자인 이우환 작가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결코 웃지 못할 해프닝이자 국내 미술시장의 부패한 현재를 드러낸 초유의 스캔들”(김성호 미술평론가)이라는 평이 나왔다.


연구소는 ‘가수 조영남씨로 촉발된 대작 관행 논란’도 이슈로 선정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씨는 이렇게 평했다. “미술계 관행이라고 알려진 조수를 통한 대작 행위에 법이 철퇴를 가한 사건, 대작 작가의 저임금을 둘러싼 윤리문제와 창작의 개념 및 범위의 문제를 도출시킨 사회적 사건이다.” 천경자·이우환·조영남 사건은 사법에 종속된 미술계 현실을 드러낸다. 지난 10월 1심에서 ‘대작 의혹’ 유죄 판결을 받은 조영남씨도 항소장을 냈다.


미술웹진 ‘스마트케이’의 미술계 10대 뉴스 첫 꼭지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점 휴업’이다. 홍라희 관장이 3월 전격 퇴임한 후 김환기전과 첫 서예전이 무산됐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이 매체는 ‘서울로 7017을 덮은 슈즈트리- 드러난 공공미술의 비공공성과 예술가들의 무임노동’도 10대 뉴스에 포함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재능기부 등의 명목으로 공공기관들이 예술가들에게 대가없이 예술 활동-노역을 요구하는 일이 관례가 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김달진미술연구소와 스마트케이가 공통으로 꼽은 미술계 사건은 ‘이우환-천경자 위작 논쟁’ ‘7017 슈즈트리 작업’ ‘삼성리움미술관 파행 운영’ ‘횡령 혐의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 사퇴’ 등이다.


- 경향신문 2017.12.24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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